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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신앙 도깨비방망이




1 정의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이나 험상궂은 짓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신. 도깨비는 마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마을 공동체의 당신(堂神)으로 모셔지는 대상이기도 하고, 병을 일으키는 역신(疫神)으로서 쫓겨나가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정신앙의 영역에서는 부(富)의 신, 풍어(豐漁)의 신, 가업수호신(家業守護神), 대장신[冶匠神] 등의 속성을 나타내는 존재로 인식된다.


2 내용

도깨비는 빗자루, 부지깽이, 키, 절굿공이, 체와 같이 사람들이 늘 사용하다가 버린 손때 묻은 물건들이 변하여 생성된다고 한다. 사람의 혈액이 묻은 것, 특히 여성의 월경(月經) 피가 묻은 것이 흔히 도깨비로 변신한다. 때로 동물의 정령, 초목의 정령, 기물(器物)의 파편이 도깨비가 되는 수도 있다. 도깨비는 주로 어둡고 습기가 많은 음산한 곳에 나타난다. 숲속 외딴 곳, 외딴집, 물가, 후미진 집 안이나 동네 어귀 등지에서 도깨비가 등장한다. 도깨비가 활동하는 시간은 어두운 밤이다. 궂은비가 내리고 안개가 심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대낮인데도 나타난다. 도깨비는 장난기 가득한 심술로 인간을 골탕 먹이기를 좋아한다. 씨름을 좋아해 사람에게 밤새도록 씨름을 걸어오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나타나 남성을 홀리기도 한다. 노래와 춤을 즐기며 노는 것을 좋아하고, 여자를 탐하는 습성을 보이기도 한다. 어리석음도 도깨비가 지닌 속성 중 하나이다. 사람에게 돈을 꾸어 가고는 계속해서 갚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도깨비는 신통력이 있어서 하룻밤 사이에 연못을 메워 평지로 만들기도 한다. 논에 돌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는가 하면 다시 그 돌을 다 치워서 개똥과 쇠똥을 가득 쌓아 놓는 등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린다. 이러한 신통력으로 도깨비는 인간에게 재물과 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풍작(豐作)과 풍어를 이루고, 많은 재화를 얻으며 산해진미를 마음껏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깨비의 다양한 속성에 걸맞게 그 형상 역시 변화무쌍하고 각양각색이다. 도깨비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귀문와(鬼紋瓦)는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다. 나라와 시대에 따라 모습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귀(邪鬼)를 물리치는 존재로서의 무서움과 위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머리에 달린 뿔, 크게 부라린 눈, 유달리 큰 입, 날카롭고 긴 이빨, 털이 나 있는 몸체와 긴 손발톱 등이 귀문와에 표현되어 있다. 문헌에 기록된 도깨비는 독각귀(獨脚鬼)라 하여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키가 매우 커서 상반신이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거인의 모습으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 『용재총화(慵齋叢話)』에는 허리에서부터 윗부분은 보이지 않고 하반신만 보이는 귀물(鬼物)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키가 너무 커서 옷을 해 입을 수가 없고 허리 아래는 백지를 둘러 치마로 삼았다. 발은 마르고 새까만 것이 옻칠한 것처럼 보였다. 오랫동안 지하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구술 전승되는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 울음소리, 웃음소리, 요란한 소리, 불빛 등으로 존재를 암시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미녀, 노옹(老翁), 노구(老軀), 농부 등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도깨비는 보통 남성으로 나타나지만 때로 아름다운 여성으로 나타나 남성을 홀리기도 한다. 전라도 어촌의 도깨비를 모시는 제의에서는 도깨비가 구체적인 형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진생영감 또는 허생원으로 불리는 도깨비 신체(神體)는 짚으로 만들어진다. 아랫도리에 커다란 남근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을 하고 있다. 도깨비는 사납고 초인간적인 능력이 있어서 두려운 존재이자 공포의 대상이 된다. 심술과 장난이 심해 경박스러우면서도 허술하고 어리석은 속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변화무쌍한 신통력을 보이지만 어딘지 허술하고 번잡스러운 신이다. 또한 도깨비는 인간에게 도움과 재물을 가져다주는 친근한 존재이다. 가정신앙의 영역에서는 도깨비의 이러한 능력이 발휘되기를 기원하는 제의를 거행하곤 한다.


3 지역사례

도깨비는 지방에 따라 도째비, 도짜비(전라도), 도까비(경상도), 도채비(제주도 및 남해 도서지역) 등으로 불린다. 신은 신이되 좀 번잡스러운 신이라는 속성에 걸맞게 영감, 생원, 서방 등 허름한 존칭이 붙기도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서방, 김영감, 진생원 등과 같이 성까지 부여받기도 한다. 이는 한층 인간과 친숙한 존재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도깨비가 마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당신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의 도채비당에서 모셔지는 도깨비가 대표적이다. 이와는 달리 도깨비가 사람을 괴롭히고 병을 옮기는 잡귀 또는 악신으로 여겨져 이를 달래어 몰아내는 경우가 있다. 제주도 영감놀이에 등장하는 영감이 대표적이다. 당신의 경우 당굿이라는 마을신앙적 제의가 행해진다. 역신인 경우에서는 치병굿이라는 무속신앙적 제의가 행해진다. 한편 도깨비는 가정신앙의 영역에서 모셔지기도 한다. 비교적 간단한 고사 형식으로 치러지는 도깨비고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도깨비고사는 주로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어업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집안에서 신앙 대상으로 도깨비를 모시는 도깨비고사를 하는 것이다. 도깨비고사는 지역에 따라 참봉고사, 덤장고사, 진새고사, 그물코 등으로 불린다. 충남지역에서는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도깨비고사가 이루어졌다. 북쪽으로는 당진시 송악읍에서부터 태안군 안면도로 이어지는 연안선을 따라 제의가 이루어졌다. 당진시 송악읍 한진1리에서는 참봉고사라 부른다. 첫 출항을 할 때 호박과 메밀 등으로 만든 메밀범벅을 5개 정도 준비하여 고기를 잡는 지역으로 배를 타고 나가 고사를 지낸다. 메밀을 사방으로 뿌리면서 ‘물 위의 참봉 물 아래 참봉, 고기 많이 잡고 풍어를 이루게 해 주십사.’라고 축원을 한다. 서산시 대산읍 독곳리에서도 도깨비고사를 지냈다. 살[漁箭]을 갯벌에 매고 나서 고기를 잘 잡게 해달라고 메밀범벅을 뿌리면서 축원을 했다.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에서도 참봉제라고 부르는 도깨비고사를 지냈다. 살을 맬 때 거행되었다. 호박이나 수수로 범벅을 만들어 ‘물 위 참봉 물 아래 참봉’ 등의 축원을 하면서 살 주변에다 뿌린다. 이러한 고사는 도깨비가 뱃일을 도와준다고 믿었음을 뜻한다. 전북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에서는 도채비고사고 부르는 제의를 행했다. 살을 매고 나서 고기를 많이 잡기를 기원하기 위해 도채비고사를 지냈다. 도채비를 김서방이라고 부르면서 ‘물 아래 김서방, 물 위의 박서방, 고기 많이 모아서 우리 살에 넣어 주시오’라는 내용으로 축원을 했다. 전남의 도깨비고사는 신안군, 무안군, 완도군, 여수시 등지에서 지내고 있다. 개펄에 덤장을 설치해 놓고 고기를 잡는 무안군 해제면 일대의 어민들은 도깨비가 고기를 많이 몰아다 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덤장고사, 대발고사, 도깨비고사, 개맥이고사 등으로 불리는 도깨비를 모시는 제의를 행한다. 고사는 어장의 주인과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진다. 고사를 지내는 장소는 어장이 설치된 곳에서 가까운 해안가이다. 제의 일시는 매달 물이 새로 드는 서무날(12·27일)과 열무날(4·19일)의 만조 때 초저녁이다. 고사 장소에 도착해서 먼저 짚으로 간단한 도깨비집을 만든 다음 제물을 진설하여 잔을 올리고 재배를 하는 것으로 제의는 끝이 난다. 메밀(피고물)은 반드시 올려야 하는 제물이다. 축원은 ‘물 건너 김서방 ○○○의 어장 재수 많이 봐 주시오. 고기 많이 잡게 해주시오.’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수시 소라면 일대에서도 진새고사 또는 진생원고사라고 부르는 도깨비고사를 지낸다. 정월대보름날 당산제가 끝난 저녁 무렵에 치르는 배고사 때 고사가 곁들여진다. 고사는 물때에 맞춰 남자 혼자서 덤장 자리로 배를 타고 간 뒤 배의 앞 칸에 고사상을 차려 놓고 비는 것이다. 제물은 덤장에서 잡은 고기와 메, 과일, 나물 등이다. 때때로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고사는 먼저 배의 서낭에게 제사를 올리고 나서 진새님에게도 고사를 한다. 이어서 헌식을 한다. 진새님을 위해 메밀묵을 몇 섬씩 준비해서 바다에 뿌린다. 메밀을 뿌리면서 “진새님 진새님 오늘 좋은 날을 골라 시장에 가서 만반의 준비를 해 갖고 진새님을 대접하는 것이니 많이 잡숫고 저 넘자바다 괴기떼를 몰아갖고 우리 덤장으로 몰아 줍소.”라고 축원한다. 순천지역에서도 도채비 진생원을 위한 고사가 행해졌다. 3월 스물셋째날 바닷가 선착장 부근에서 제물을 진설하여 고사를 지낸다. “동쪽의 진생원님, 서쪽의 진생원님, 나물과 밥을 차렸으니 우리 어장에 고기 많이 잡히게 해주세요.”라고 축원하면서 어장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한다. 도채비 진생원에게 비손을 한 뒤에 고사가 끝나면 제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바다에 던진다. 제주도지역에서는 도깨비를 모시는 제의를 그물코라 부른다. 어로 활동을 생업으로 하는 집안에서 모셨다. 일정한 제의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필요한 때, 즉 매월 초와 보름에 지낸다. 그물코는 어장굿 또는 멜굿(멸치굿)이라고도 불렀다. 멸치를 도채비 즉 영감신이 몰아준다는 믿음에서 행해진 것이다. 그물코를 지낼 때는 아무도 없는 새벽 일찍 혼자 마을의 당에 올라가서 제물을 진설하여 고사를 지내고 내려온다. 도깨비고사는 바다와 관련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행해진 가정신앙 형태이다. 이 밖에 대장간을 하는 집에서 도깨비를 모시기도 한다. 뜨거운 불을 이용하여 쇳물을 녹이는 등 언제나 위험이 동반되는 작업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격으로 도깨비를 인식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도깨비 (한국민속신앙사전: 가정신앙 편, 201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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